
조철현 경남사회서비스원 원장
평생을 살아온 정든 집과 이웃을 뒤로하고, 거동이 불편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이나 시설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어르신 10명 중 6명 이상이 “건강이 나빠져도 살던 집에서 지내고 싶다”고 답한다. 이러한 간절한 바람을 담아 최근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됐다.
돌봄통합법 시행의 가장 큰 의의는‘사람 중심’으로의 전환에 있다. 그간의 복지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돼 대상자가 여러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통합돌봄은 보건·의료·요양·주거·복지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대상자가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용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통합돌봄은 지역사회를 돌봄의 중심 무대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설 중심 보호에서 벗어나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Aging in Place)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핵심 가치이다. 나아가 돌봄을 국가와 가족의 책임에만 국한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적 책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통합돌봄이 선언적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민·관 협력을 넘어선 ‘통합 거버넌스’의 완성이다. 시·군 행정기관, 보건소, 복지관, 민간 의료기관이 각자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어르신이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게 하거나, 서비스가 중복 혹은 누락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민과 관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대상자의 욕구에 즉각 응답하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둘째, 통합돌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돌봄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정과 종사자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감정과 육체 노동이 결합된 고난도 업무에 걸맞은 임금체계와 안정적 고용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돌봄 종사자가 존중받을 때, 서비스의 질과 수혜자의 삶의 만족도 역시 함께 높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셋째, 기술과 사람이 만나는 ‘스마트 돌봄’의 확산이다. ICT와 AI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수적이다. AI를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 이동형 스마트 복지 버스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고 디지털 기기가 전달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봄 종사자가 더 깊이 있게 사람에게 집중할 때 통합돌봄의 효율성이 극대화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선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실행 주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남사회서비스원은 통합돌봄 전문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의 돌봄 수요와 자원을 바탕으로 정책을 뒷받침하고, 서비스의 기준과 질을 관리하며, 현장에 맞는 다양한 돌봄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켜야 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단순히 예산을 더 투입하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돌봄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화적 전환이다. ‘누가 누구를 돌보는가’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반영한 정책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통합돌봄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때,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진정한 복지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출처 : 경남일보 https://www.gnnews.co.kr
